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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건강일지

"정보의 부재 속에서 길 찾기: 병원 선택의 시행착오"

by 바디톡 (BodyTalk)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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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부재 속에서 길 찾기: 병원 선택의 시행착오

딸아이의 팔이 점점 휘어져 가는 모습을 보며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나는 막연히 "큰 병원에 가면 뭐든 알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무너지게 되었다. 희귀 질환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모든 병원의 문턱은 더 높아졌고, 진짜로 이 병을 잘 아는 의료진을 찾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던 여정

레리-웨일 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질환의 이름을 듣고 나서부터,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검색을 반복했다. SHOX 유전자, 마데렁 변형, 저신장, 팔 변형, 성장판 이상 등 관련된 키워드들을 붙잡고 이 병을 다룬 병원, 의사, 치료 사례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올린 도구는 GPT였다.

나는 GPT에게 가장 많은 임상 사례가 있는 병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GPT는 주저 없이 서울 아*병원을 추천해줬다.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대형 병원이었고, 바로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딸아이 상태가 급하다는 걸 설명했고, 다행히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할 수 있었다.

믿고 갔던 병원에서의 실망

2025년 5월 27일 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기대와 긴장감이 뒤섞인 상태였다. 하지만 첫 진료에서 마주한 의료진은 의외로 젊은 분들이었고,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며 자기들만 알아듣는 언어로 이야기하더니 이내 “MRI부터 찍어봅시다”라는 말을 꺼냈다.

설명을 요청했지만 명확한 진단이나 치료 방향 없이 MRI부터 보자는 말뿐이었다. 그래서 찜찜한 마음을 갖고서 뭐 바로 검사 불가능하니 입원해서 하자니까 하루 입원해서 찍나 보다 했는데 뭔가 좀 느낌이 이상해서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교수님 이 증후군 다뤄본 적 있나요? 하고 물어보니 “해본 적은 없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순간 나는 멘붕에 빠졌다. 왜 GPT는 이 병원을 추천했을까? 알고 보니 유전자 검사를 많이 한 병원이라 '임상 데이터'는 많지만, 정작 치료 사례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남자선생님 말고 여자 선생님도 계신데 아무튼 남자 선생님은 경험이 없었다.

자영업자 엄마에게 입원 일주일은 너무 가혹했다

MRI는 11월쯤 가능한데, 빨리 검사하려면 일주일 정도 입원한 상태에서 MRI 자리가 나면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딸아이의 지금 진행 중인 스케줄들 뮤지컬연습, 합창연습, 첼로연주회연습 등, 학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 방학때 하자고 하니까 방학에는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면서 그래도 방학으로 일단 잡아달라고 했다. 몸도, 마음도, 육첵적으로도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서울까지 왔으니, 병원 진료 외에도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그런 여유는 단 하루도 허락되지 않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다시 시작된 병원 찾기

그날 이후 나는 GPT를 다르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여러 번 나눠서 던졌다. 그리고 교차 검증을 통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을 재탐색했다. 그러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조태준 교수님에 대한 정보를 발견했다.

소아정형외과 분야에서 권위자이며, 특히 희귀한 뼈 변형과 성장 이상 질환을 많이 다루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진료 예약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현재 의료계의 상황(의사 파업, 전공의 부족 등)으로 인해 모든 환자가 다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딸아이의 상태와 증상을 정리해 병원에 전달했고, 다행히 6월 10일, 진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정보가 부족한 현실, 그래서 글을 씁니다

희귀 질환이라는 단어는 듣는 순간부터 부모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문제는, 알아야 할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블로그나 후기조차 찾기 어렵고, 실제로 이 질환을 다룬 의사 정보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기로 했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혹은 현재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부모님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

다음 글에서는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조태준 교수님과의 만남, 그리고 딸아이의 상태를 듣고 어떤 치료 방향을 제시하셨는지, 그리고 내일로 다가온 MRI 입원검사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긴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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