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리-웨일 증후군 MRI 검사 후기: 우리 모녀의 서울대 어린이병원 입원기"

레리-웨일 증후군 MRI 검사 후기: 우리 모녀의 서울대 어린이병원 입원기

2025년 6월 18일 새벽 1시, 딸아이와 함께 서울대어린이병원으로 출발했다. 장거리 운전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아이가 차 안에서 곤히 잠들어줘서 차분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몸은 무척 피곤했고 허리도 아팠지만, 다행히 차박 할 때 쓰는 매트를 챙겨 온 덕분에 병원 도착 후 아이 옆에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아침 9시,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로 배정되었다. 솔직히 처음엔 1인실이나 2인실을 기대했지만, 서울대병원은 대기자가 많아 다인실이 먼저 배정된다고 한다.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끝 쪽 침상이었고 병실도 쾌적했다. 그런데 맞은편 침대의 아기가 자지러지듯 우는 소리에 처음엔 ‘내일 운전도 해야 하는데…’ 하는 이기적인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몇 개월 안 된 아기의 고통을 보며, 그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졌다. 어느새 그 울음소리는 나의 심장을 울리는 듯했다.

검사 전 준비와 이야기들

입실 후 엑스레이,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기본 검사를 마치고 하루를 보내던 중, 주치의 선생님이 병실에 들러 MRI는 오늘 밤 중으로 촬영하고, 결과는 다음 날 보자고 하셨다. 저녁 식사 후 7시쯤 간호사 선생님이 MRI 촬영이 8시에 가능하다고 알려주셨다.

사실 입원을 결정한 이유는 외래로 MRI를 예약하면 6개월 이상 대기가 걸리기 때문이다. 입원하면 그 ‘틈새’ 자리를 활용해 빠르게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MRI 촬영, 걱정과는 달랐던 경험

딸아이와 나는 초긴장 상태였다. 지인의 아이가 성조숙증 검사차 MRI를 찍으며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걱정이 컸다. 게다가 딸아이는 평소에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로 누워 자는 걸 힘들어하는 성격이다. 더구나 MRI 촬영이 40분 이상 소요된다고 하니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촬영장에 들어가보니 걱정과는 달랐다. 유쾌하고 친절한 의료진들이 딸아이의 긴장을 유머로 풀어주었고, 수면마취 여부를 묻자 딸아이는 금식은 싫다며 “차라리 고통스러워도 참을래요!”라고 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MRI 촬영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딸아이와 나는 “어라, 별거 아니었네” 하고 서로 웃었다.

검사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

다음 날인 6월 19일, 오전에 담당의 선생님과 조태준 교수님을 만났다. MRI 결과를 보시더니, 손목뼈의 변형이 생각보다 많이 진행되어 있어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하셨다. 수술은 9월~10월 중에 잡을 예정이며, 그전에 반드시 소아과 유전학과(고정민 선생님)의 진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여기서 하나 꼭 기억해야 할 점. 레리-웨일 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 소아정형외과 진료와 소아과 유전학과 진료를 동시에 혹은 유전과를 먼저 예약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이 순서를 미처 몰라 유전학과 예약을 늦게 잡게 되었고, 결국 8월 28일 목요일 오후 고정민 교수님 진료 후, 9월 2일 오전 조태준 교수님 진료로 예약을 마쳤다. 진단 이후 수술 일정이 결정될 예정이다.

여전히 이어지는 여정, 하지만…

길고 긴 여정이었지만, 이렇게 검사와 진료를 마치고 귀가했다. 피곤함이 온몸을 짓누르는 가운데, 남편 혼자 카페를 지키느라 힘들었을 생각에, 두 부녀가 저녁을 먹는 사이 나는 다시 카페 일을 이어갔다. 몸은 힘들었지만, ‘내 일’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했다.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정말 대견하다. 그 먼 길을 다녀오고도 이렇게 다시 하루를 이어가고 있잖아. 장하다. 힘내자.”

이 기록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부모님들께, 작지만 진심 어린 도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