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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건강일지

레리-웨일 증후군, 그 시작: 딸아이의 작은 이상에서 출발한 큰 여정

by 바디톡 (BodyTalk)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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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리-웨일 증후군, 그 시작: 딸아이의 작은 이상에서 출발한 큰 여정

어느 부모에게나 아이의 건강은 가장 중요한 관심사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니, 오히려 너무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자란 딸아이에게 늘 감사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의 왼쪽 팔목에서 팔꿈치 사이가 미묘하게 휘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자세 문제겠거니, 혹은 성장통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휨은 점점 더 뚜렷해졌고, 결국 나는 소아정형외과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정상이지만 이상한’ 첫 진료

처음 찾은 것은 일반 정형외과였다. 아이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로 뼈 검사를 했지만, 팔목의 뼈가 붙어 있다는 정도의 진단만 들었을 뿐, 어느 누구도 이상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키가 조금 느리게 크는 걸 수도 있어요.”라는 말만이 돌아왔다. 하지만 엄마의 직감은 달랐다. 아이가 팔을 쓸 때마다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안심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레리 훼일증후군의심으로 진료받음

만약 그때 알았더라면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처음 검사를 받으러 갔던 그때. 만약 그 시점에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면 아이의 팔이 휘어지는 걸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마음 한편을 짓누른다. 더 일찍,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았더라면 아이도, 나도 지금보다는 덜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결국 찾게 된 소아정형외과, 그리고 첫 의심

이런저런 고민 끝에 가까운 지역의 소아정형외과를 찾았다. 처음 만난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하셨고, 사진을 본 뒤 조심스럽게 '마다렁 변형'이라는 단어를 꺼내셨다. 그리고는 여러 의학서를 펼치며 "레리-웨일 증후군이 의심됩니다"라고 하셨다.

그 순간 나는 멍해졌다.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질환의 이름. 선생님은 큰 병원으로 가서 유전자 검사부터 해보라고 하셨고, 이 병의 치료 여부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GPT 추천 병원’이라는 함정

그날 이후, 나는 곧바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평소 잘 활용하던 GPT를 통해 병원을 추천받았고, '서울 아*병원'이라는 대형 병원을 안내받아 바로 예약하고 밤새 차를 달려 올라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받은 건 실망뿐이었다. 의사는 경험이 없었고, 마치 회의하듯 자기들끼리 중얼거리기만 했다.

결국 11월에 MRI를 예약하자며, 일주일 입원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이 병을 다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유전자 검사를 많이 해서 GPT에선 '임상 사례가 많은 병원'으로 인식된 것뿐이었다.

나와 같은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날 이후, 정말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게다가 남편마저 심장 재수술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서울에 간 김에 여행이라도 할까 했던 계획은 사라지고, 다시 병원을 찾아 나서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레리-웨일 증후군이라는 이 희귀 질환은 워낙 정보가 적고, 경험이 있는 의사도 많지 않다. 게다가 증상이 아주 전형적이지 않으면 진단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혹은 아이의 작은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이 이야기를 기록해보려 한다.

앞으로의 여정

다행히 서울대어린이병원 조태준 교수님을 만나며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교수님은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고, MRI 검사와 유전자 진료를 신속히 연계해 주셨다.

다음 글에서는 그 진료 과정과 입원 일정, 그리고 검사 전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자세히 적어보려 한다.

이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딸아이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갈 다른 부모님들께 이 글이 작은 빛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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